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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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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랑 실수로 잘못된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기수가 경마장에 왔다. 투데이라는 말과 함께 몇 번의 우승을 차지 하지만, 말은 관절이 닳아 존재 가치를 잃어갔고, 기수는 말을 위해 스스로 낙마한다. 기수 휴머노이드와 말을 중심으로 한 가족이 얽혀가는 드라마이다. 인간 주인공들 연재, 은혜, 보경은 기수, 말과 인연을 만들어 가며 그들의 과거를 치유한다.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엄연히 SF소설이다. 하지만 소설 속 SF의 요소는 그렇게 많지 않다. 로봇이 생활 곳곳에 등장하지만, 편의점, 경마장, 학교, 학원 등 지금의 한국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배경이 묘사되어있다. SF적 요소인 로봇이 사회를 제한적으로 변화시킨 모습을 보여준다. 현재 한국 사회와 같은 소설 속 배경 덕분에 주인공들을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범인 없는 살인의 밤 추리 소설 장르는 어느 정도 정해진 문법이 있다. 주로 작중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탐정 (혹은 탐정 역할)이 범인을 찾아 내는 방식이다. 그 과정에서 독자는 작가가 제공한 몇몇 증거품들을 활용해 탐정과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느낌을 받으며 책을 읽어 나간다. 결론 부분에서는 범인이 밝혀지고, 그 동기와 과정을 밝혀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해 준다. 이 단편집 속 많은 작품이 정형화된 추리 소설 장르의 문법을 벗어난다. 트릭 보다 동기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살인이 아니라 자살의 이유를 밝히는 작품이 있기도 하다. 또한 각 소설에서 나오는 인물의 수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범인이 될 만한 인물이 매우 적어, 범인이 누구인지 알기 쉽다. 추리 소설 특유의 범인 찾기는 이 책의 주된 ..
멍청해서 씁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독서량을 늘고 있다. 이 년 전에는 백 권 정도, 작년에는 오십 권 정도 읽었다. 책 읽는 즐거움이 점차 커져 간다. 그런데 올해부터 해외 생활을 시작하면서 책을 구하기 힘들어 졌다. 그래서 독서량이 줄었다. 그러던 중 밀리의 서재라는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시 책 일기에 속도가 붙었다. 현재 오월 말, 서른 권 정도 읽었다. 책을 계속 읽어왔다. 자기 전에 책 읽던 버릇이 있어, 대학생 때부터 독서를 끊지 않고 살아왔다. 아무리 바빠도 두 달에 한 권 정도는 책을 읽었다. 그런데 최근 독서량을 급격히 늘리니 탈이 났다. 읽었던 책의 내용이 기억이 나질 않는 일이 발생했다. 독서의 양이 뇌가 기억할 수 있는 용량을 초과한 걸까? 책을 읽고 시간이 지나면 내용이 기억이 나..
축가는 어떤게 좋을까? ('당신의 별자는 무엇인가요' 독후감) 아내와 몇 주전 제법 심각한 논쟁을 한 적이 있다. 논쟁의 주제는 '축가' 였다. 우리 부부 모두 친하게 지내는 친구 녀석 하나가 결혼을 하는데, 어쩌다 보니 내가 축가를 맡게 되었다. 그래서 아내와 머리를 맞대고 어떤 곡을 부르면 좋을까 고심을 하게 됐다. 고심 끝에 아내는 흥겹고 신나는 곡을, 나는 진중한 곡을 후보로 내놓았다. 해답이 없을 것만 같은 문제로 서로의 주장이 반목하는 상황이다. 오랜 논쟁 끝에 새신랑은 되어 본 적이 있지만, 신부가 되어 본 적이 없는 나는 '결혼식에는 신부가 주인공' 이라는 전직 신부였던 아내의 철벽같은 주장에 내 의견을 굽힐 수 밖에 없었다. 유현준의 에세이 에 몇몇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있다. 하나는 이전 세대의 테이프 선물이다. 이 책의 작가 유현준(69년생)의 ..
밀리는 서재? 밀리의 서재 나는 해외에서 거주하고 있다. 한국 이외의 지역, 특히 교민이 적은 도시에는 한글로 된 책을 구하기가 어렵다. 자연스레 책과 멀어지기 마련이다. 한국에 왕래할 때마다 매번 책을 몇 권씩 캐리어에 실어 온다. 재밌는 책들만 엄선하였기에, 어렵서리 공수해 온 책들은 아무리 아껴 읽어도 오래 가지 못하고 마지막 장을 드러낸다. 나와 같은 해외 교민에게는 전자책 구독 서비스는 한 줄기 희망이 될 수 있을까. 해외생활 7년차. 7년 동안 전자책의 손길을 뿌리쳐 온 주된 이유는 책이 물리적 형태가 없기 때문이다. 책에 메모를 하고, 북마크로 책 여러 곳에 마크를 하는 등의 실제 종이책에서는 쉽게 할 수 있는 작업들이 전자책 플랫폼에서는 꽤나 번거롭다. 또한 앞서 읽은 내용을 찾을 때도 전자책이 편리하다. 전자책에도..
현대 한국인이 읽은 안나카레니나 대문호라 불리는 톨스토이의 작품이다. 필독 문학 작품 리스트에 항상 오르는 작품이기도 하며, 서구권에서는 최고의 문학 작품 중 하나로 매번 꼽히는 작품이다. 이 책의 첫 문장은,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글 전체 내용만큼이나 유명하여, 글의 도입부, 첫 문장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글에서는 빠지지 않는 단골 예시로 등장한다. 이러한 찬사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많진 않다. 나도 이 작품을 읽지 않는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안나카레니나를 읽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이 책에 쏟아진 찬사들이 아니라, 모스크바의 신사라는 책 때문이다. 작 중에는 매력적인 주인공이 인생책으로 안나카레니나를 꼽고, 그 가치를 자주 설파한다. 모스크바..
[생각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 글쓰기 트레이닝 "생각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 라는 책을 읽는 중이다. 이 책은 친절하게도 책 중간중간에 글쓰기 훈련을 할 수 있도록 과제를 부여해준다. 과제 후 자신이 쓴 글을 다른 이들과 비교해 보는 과정이 있는데, 불행하게도 혼자서 집에서 책을 읽는 나와 같은 독자는 수행하기 어렵다. 책 말미 부록에 저자가 직접 쓴 글이 있는데, 왠지 학창시절 문제지의 정답지를 슬쩍 보는 기분이라 보기에 썩 기분이 유쾌하지 않다. 나와 같은 이 책의 독자를 위하여, 내가 쓴 (바보같은) 과제물을 남겨 다른 독자들이 타산지석 하기를 바란다. [제시문 1] 도전하고 싶은 문제를 스스로 찾아서 해결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그런 활동이 단조로운 삶에 변화를 주고, 삶의 기록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결과에 관계없이 스스로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