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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 갈 곳과 먹을 것

2018 곡성 세계장미축제를 다녀와서

곡성군. 정말 작은 군이다. '뭣이 중헌디'의 영화 곡성이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면, 대한민국 사람들 중 절반이 곡성이라는 곳이 있는 줄도 몰랐을 정도로 알려져 있지 않은 곳이다. 그러한 곡성에도 전국구급의 축제가 매년 열리는데, 그것이 바로 곡성세계장미축제이다.




올해로 8년차인 이 축제는 매년 규모가 커져, 이제는 군이 수용하기 버거울 정도로 많은 관광객이 모인다. 그래서 일찍 축제장에 가지 않으면, 주차할 곳을 찾기가 너무 힘들다. 축제장인 곡성역에서 멀리 읍내에 주차 후 걸어오는 방법도 있지만, 생각보다 멀다. 그리고 숙소들은 열악하다. 읍내에 한두곳의 숙소가 있으나, 여관급 정도이다. 아이가 있는 가족이 숙박하기에는 조금 벅차다.  



앞서의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매년 찾아오는 이유는... 바로 사진. 테마가 꽃이고 40,000m2의 면적에 다양한 테마로 온갖가지 장미를 때려 박으니, 사진이 어마어마하게 잘 나온다. 찾아오는 이들의 손에는 하나같이 셀카봉 혹은 미니삼각대들이 쥐어져 있는 걸 볼 수 있다.




장소는 (구)곡성역 이다. 이제는 쓰지 않는 역을 개조하여, 섬진강과 연계해 섬진강기차마을이라는 테마파크 비슷한 걸 만들었는데, 이 곳에서 곡성세계장미축제가 열린다. 고로 축제일 중 이 곳을 간다면, 기차마을과 장미축제를 둘 다 즐길 수 있다. 


(구) 곡성역


이 건물은 섬진강의 도래를 운반하는 기능을 했던 간이역이다. 1999년 곡성역이 신역사도 옮긴 뒤 전라선 중심 역사로서의 기능은 잃었지만, 오히려 철도 공원으로 활용되면서 건물은 잘 유지, 관리되고 있다. 일제강점기의 전형적인 지방 역사 건물로 주변에 기차 조형물과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에서 사용된 증기기관차가 전시되어 있다. 

(구) 곡성역 앞 안내판 발췌





입장료는 대인 5000원, 소인 4500원. 단체관광객은 각각 500원씩 할인이 붙는다. 입장권 하나당 '곡성심청삼풍권' 이라는 지역 상품권을 2000원 권을 받게 되는데, 축제장 안팎에서 돈처럼 쓰인다. 상품권 덕에 입장권이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리고 지역경제도 살릴터이니 구경도 하고 일석이조이다.




안으로 입장하게 되면, 장미는 자취를 감추고 기차마을의 모습이 먼저 보인다. 세계장미축제랍시고 입장했는데 왠 기차밖에 없고, 축제장 밖 주차장에 마저 즐비하던 장미가 온데 간데 없으니 당황스러울 수 있다. 허나 느긋하게 기차 배경으로 사진이나 찍고 축제장 깊숙히 들어가자. 곧 장미빛인생을 경험하게 될터이니..


증기차 중 하나가 '태극기 휘날리며'에 나왔다는데,, 그 영화를 보지 않은 나로서는 어떤 것인지 알 노릇이 없다.





조금 들어가니 슬슬 꽃이란 것들이 보이나, 장미는 아니다. 아마 장미축제와 상관없이 '상설전시' 중인 꽃인가 보다. 장미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모든 꽃이 아름답지만서도, 워낙 안쪽의 장비가 압권이라,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고 있는 꽃들에게 측은지심이 생긴다.




연식이 있는 테마파크에서 볼 수 있는 얼굴 내밀고 사진찍는 곳이 있다. 풍차모양이라 전체를 찍으면 멋있으나, 힘껏 내민 동행인의 얼굴은 보이지 않게 된다. 




멜론만이 아니라 토란도 곡성의 특산품 중 하나인가 보다. 엄청나게 귀여운! 토란 치구다 홀로 떡하니 서 있으나, 누구 하나 관심 주는 이 없다. 아, 이 개똥벌레 같은 전시물.



이제 장미축제장의 입구. 이 주변에 상점들이 많은데, 입장시 받은 상품권을 소진하기에 적당하다. 



다시금 입구를 지나면, 개미떼 같은 장미 군단이 눈을 어지럽힌다. 이번 2018년 곡성세계장미축제에 쓰인 장미만 1004종이라 하니, 어마어마하다. 1004종 중 대부분은 자연종이 아니라 개량된 품종이며, 몇몇은 세계장미콘테스트에서 수상경력이 있는 장미들이다. 




다소 클래식한 빨간 장미부터 노란색 흰색 색색깔의 장미가 존재하고 또한 같은 색이라도 모양이 다른 것들이 많다. 그러니 둘러보다보면 이 장미가 아까 봤던 장미인지 아닌지 헷갈릴 지경에 이르게 된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1004종의 장미를 모두 기억할 필요도 이유도 없으니 즐기면 그만이다. 




축제이니 만큼 축제장 한 쪽에는 무대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팝페라 팀의 공연이다. 앵콜이 나올 정도의 무대. 축제의 흥을 높인다. 



장미가 그저 나란히 심겨 있기도 하지만, 미로나 터널 그리고 기둥으로 구성된 곳도 군데군데 있다. 이렇게 꽃이 사람 머리까지 올리온 곳은 좋은 사진 포인트가 자리 경쟁마저 치열하다.






실내 온실도 있었는데, 온실안은 모두 조화로만 구성되어 있다. 가만히 보니 조화로 이루어진 포토존이다. 역설적이게도 곡성세계장미축제의 장미생화보다 온실안의 조화스튜디오가 더 인기가 많았다. 




다른 사람이 없는 프레임을 찾기도 어렵고, 장미축제에 장미나 보자 싶어 얼른 나와 버렸다.





이 초록장미가 개화하지 못한 마지막 장미였던 것 같다. 축제장에서 본 유일한 초록색 장미였으나, 만개하지 않아 아쉬웠다. 




야외에도 포토존이 있다. 이 쪽이 온실스튜디오 보다 프레임이 좋고, 한산하다. 


 

축제장 내에 작은 연목이 있는데, 한 중간에 북이 덩그러니 있다. 두드리면 복이 온다는 북이다. 북 아래 돈통이 있으나, 북 두드리고 돈 넣는 사람은 전혀 없었다. 






거대 장미미인 상과 곤충모형들. 장미꽃을 든 미인상은 연인들에게 인기가 좋았고, 곤충 쪽은 아이들 천국이다. 








덤으로 이 사진은 축제서 찍은 사진 중에 가장 잘 찍은 사진. 분수대서 놀던 모르는 아이를 찍은 것인데, 표정이 너무 밝아 가족이 꼭 이 사진을 찾아 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