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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 갈 곳과 먹을 것

제주의 돔베고기와 강원도의 막국수의 만남, 제주 돔베 막국수

해를 더 할수록 어찌하여 날씨는 계속 더워지는지... 더위를 피하는 피서를 한답시고 제주도까지 왔건만, 기록적인 무더위 앞에서는 제주도 예외는 아니었다. 여행을 온 후로 제주를 대표하는 음식을 줄창 찾아다녔다. 갈치조림, 전복돌솥밥, 흑돼지고기구이...... 누가 뭐라해도 맛이 좋은 제주의 으뜸 음식들이지만, 이 무더위와는 영 궁합이 좋지 않다. 그리하여 찾은 곳이 시원한 막국수집. 강원도도 아니고 여행까지 와서 왠 막국수냐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식당은 강원의 막국수에 제주 돔베고기의 맛을 더하였으니, 반쯤은 제주음식이라고 해두자. 김치는 중국산이라 세계음식이라고 해야하나




식당은 섬의 서쪽, 한경면 고산리라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제주 시내에서 출발한다면, 애월을 지나 수월봉에 다다를 때 즈음의 위치이다. 멀지 않은 곳에 자전거 도로가 지나고 있다. 자전거로 제주도 일주를 하는 방랑자들에게 추천할 만한 곳이다. 시원한 탄수화물이야 말로 자전거 여행 중에는 최고의 음식이기 때문이다.




시골임이 분명함에도, 동네에 새로 들어선 듯한 가게들이 많다. 제주에 정착한 이효리의 삶 덕인지, 제주가 날이 갈수록 변화한다는 것이 느껴진다. 공용주차장은 없다. 허나 길 양편에 갓길주차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건물색이 유난히도 눈에 띈다. 제주의 한라봉 색깔 같기도 하다. '맛있는 제주 만들기 14호점'이라는 조그만 표식이 입구 근처에 있다. 이 프로젝트는 호텔신라의 사회공헌활동으로 제주의 식당들을 새롭게 리뉴얼 하는 프로젝트이다. 호텔신라에서 메뉴개발, 조리법, 설비개선 등의 도움을 받아 2016년 4월에 재개장하였다고 한다.





내부는 김밥천국을 연상시키는 소박한 동네식당이다. 






물 대신 나오는 차. 노란빛이라 게토레이 음료수인가 하고 마셨더니만, 메밀차이다. 막국수집에 메밀차! 차를 통해 메밀향을 음미하며, 막국수를 기대한다. 




벽에 부착물이 어지럽지 않다는 점은 김밥천국과는 다른 점이다. SNS에 식당 홍보를 유도하는 현금서비스 벽보. 스마트폰만 있다면 손쉽게 1000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메뉴판은 간단하다. 물(냉/온), 비빔, 돔베고기, 음료. 군더더기 없는 메뉴구성이다. 메뉴판 아래로는 식당 사장님과 그의 노모로 보이는 할머니의 사진이 걸려있다. 사장님이 2012년 부터 어머니와 함께 장사를 시작했으나, 도중 어머니가 크게 다쳤다고 한다. 그로인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고, 어머니 병원비 부담에 가계까지 어려워졌다고 한다. 그러던 찰나에 호텔신라의 프로젝트를 만나 지금의 모습으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무더운 날이니 당연히 시원한 돔베막국수와 비빔막국수를 시켰다. 돔베고기도 맛을 봐야하지 않겠는가 하며 100그람짜리 소짜로 주문하였다.

오픈하자마자 들어간 탓인지 주문후에 메뉴가 오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다만 다음으로 온 손님들에게는 음식이 빠르게 전달되고 있었다. 면요리라 그런가 보다. 




몇몇 기사를 찾아보니 식당 주인의 고향이 강원도라 한다. 제주의 대표 음식인 돔베고기를 활용해 강원도민이 제주에게 막국수를 내린 격이다. 시원한 육수에 감칠맛이 메밀과 잘 어우러져 더운날 별미로 먹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면을 씹다가 중간중간 돔베고기를 입안에 넣으니, 입안이 절로 즐거워 진다.





돔베고기 등장. 제주말로 돔베는 도마를 뜻한다. 고로 돔베고기란 돼지고기 수육을 도마에 올린 음식이다. 앞서의 막국수에 고명으로 있던 고기는 엄밀히 말하면 돔베고기의 범주를 벗어난다고 할 수 있겠다. 아무튼 도마에 올려져 나온 돔베고기는 물먹은 스펀지 마냥 촉촉했다. 고기를 다 먹고 보니, 돼지기름인지 육수인지 그 축축함의 정체가 도마에 흔적을 남겼다. 






여름휴가를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날씨는 피서를 끝낸 이들을 조롱하듯 여전히 덥다. 무더위에 이마에 땀방울이 맺힐 때 마다 아직도 돔베막국수의 시원함이 절실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