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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후감

역사는 지리라는 무대 위에서 펼쳐졌다. <지리의 힘>

 제레미 다이아몬드의 대표작인 <총,균,쇠>는 뉴기니에 사는 한 청년의 물음으로 시작된다. “왜 서양인들은 크고 멋진 배를 타고 다니는 반면에, 우리 동네 사람들을 나무로 만든 배를 타고 다니는가?” 작가의 대답은 지정학적 운이다. 가축화 할 수 있는 동물들이 서식하는 위선을 따라 넓게 펼쳐진 유라시아 대륙. 그 중에서도 초승달 곡창지대와 가까워 일찍이 문명을 시작했던, 지중해 주변의 유럽에서 가장 먼저 산업혁명이 일어난건 모두 지리라는 이유라고 작가는 말한다.

 <지리의 힘>도 대답은 동일하다. 세계의 다양한 사건들을 작가는 지리라는 영사기를 통해 설명해 준다. <총,균,쇠>는 선사시대부터 마크로 하게 바라 본 빅사이언스라면, <지리의 힘>은 주로 근,현대의 사건들을 보여주는 마이크로 스케일이다.

 한반도에 관한 작가의 견해는 매우 흥미롭다. ‘해결 불가능한 문제. 관리만 가능할 뿐...’ 확실히 누구 하나 해법을 제시할 수 없는 스테일메이트 상황이다. (국내외의 다수의 정치인이 의견을 제시해 왔으나, 당연히 증명할 수 없다. 그렇기에 그들이 소리를 높이는 건지도 모르겠다만......) 이 책이 쓰여진 후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 북대표 김정은이 판문점에서 만났을 때, 해결의 실마리가 희미하게 보였지만 그 후 상황은 진전되기는커녕 뒷걸음질 칠 뿐이었다.

 중국 챕터의 위구르 신장이나 티베트 문제, 남중국해에 관해 어두웠는데, 중국이라는 국가가 왜 기를 벅벅 써가며 영토를 넓히려는지 그 이유를 명쾌하게 풀어낸다. (그렇다고 중국의 가치에는 공감할 수 없다만...) 책이 쓰여진 2016년 이미 중국은 세계 패권을 위해 많은 씨앗을 뿌려 두었다. 그리고 그를 발판 삼아 현재 2022년 미국과 중국은 패권 다툼에 여념이 없다. 세계를 리드하는 것은 미국이지만, 판을 흔드는 것은 중국이다. 아마 내가 죽을 때 까지 이런 신냉전의 상황이 지속되지 않을까 싶다.

 북극이라는 챕터는 의도적으로 마지막에 놓인 듯 하다. 북극은 분쟁이 가장 적은 대륙인 동시에 분쟁의 양상이 전혀 다른 대륙이다. 북극 챕터를 마지막으로 맺음말에 우주라는 공간을 제시한 것이 작가가 제시하는 지리의 미래가 아닐까 싶다. 지리를 초월하는 것은 기술뿐만이 아니라는 것. 지리에 포함되는 구성원들간의 관계와 규칙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마지막으로 작가는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