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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작은 성당, 다낭 대성당을 방문하다

우기의 마지막에 걸쳐있는 다낭의 2월 날씨치고는 화창한 편에 속하는 날이다. 다낭의 날씨는 2월까지 우중충하고 3월부터는 점차 화창해진다는데, 다낭 대성당을 방문하는 오늘은 다낭의 3월같은 2월 날씨인가보다. 




다낭대성당으로 가는 도중에 만난 광경. 간만에 해가 나와서 현지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큰 길가의 카페에 모여 축구를 보나... 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베트남 U-23 국가대표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바로 前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자, 현재의 베트남 U-23감독인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팀의 매치가 있는 날이였다. 길을 가다 온 거리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듯 하더니, 열광에 휩싸였다. 2002년 한국의 월드컵 4강 신화의 모습과 거의 흡사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핑크빛이 아름다운 성당이다. 화려하지 않고, 성당이라는 본위기에 어울리 듯 하는 수수한 핑크색이 이 성당의 가장 큰 특징이다. 그러기에 다낭대성당은 핑크성당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또한 치킨교회(Nha Tho Con Ga)라고도 불리는데, 그리고 저기 첨탑 끝에 풍향계에 보이는 닭때문이라 한다. 분명히 베드로를 회개하게 했던 그 닭을 정확히는 닭 울음소리지만 상징했는 것이다. 교회 앞 오른편에 신자들을 맞이하는 석상이 이를 뒷받침한다. 보란듯이 천국의 열쇠를 들고 있는 남자, 예수의 첫번째 사도이자, 초대교황인 베드로의 상(像)이다. 





아마도 유년시절의 예수와 그의 양부인 요셉. 그리고 성모인 마리아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자기 아내가 어디선가 혼자 임신하여 낳은 아이를 신의 아이라 믿고 오랜 기간 길러낸 그의 멘탈에 경외심이 든다.




고딕양식의 주첨탑 가운데에는 예수의 상이 모셔져 있다. 모양새가 베드로가 천국의 문을 열어 천국으로 들어가니, 예수가 높은 제단에 서서 그의 신자를 맞이하는 모양새이다. 그리스도의 심볼이라고 할 수 있는, 십자가나 가시관 같은 고통스러운 상징물이 없다. 평화로운 얼굴을 하고 두 팔 벌려 신자를 맞을 뿐이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성당 앞 광장에 관광객들이 가득했다. 사람들의 밀도가 적은 곳에 얼른 가서 사진을 찍지 않으면, 밀물이 밀려 오는듯 사람들이 그 공간을 메워 자리를 뺏기기 십상이다. 사람이 빈 타이밍을 노려 사진을 찍으려 하니, 교회앞에 막 결혼을 한 듯한 현지인 일가친척이 자리를 잡고 포즈를 취한다. 내 사진욕으로 그들의 소중한 하루를 뺏을 수 없으니, 욕심을 버리고 교회를 한번 둘러보는 길을 택한다.





옆 면의 문을 통해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데, 하필이면 미사시간이라 입장이 제한되었다. 이 곳에서 미사에 참석하고 싶다면, 일요일 오전 열시에 영어로 미사를 진행한다고 하니 가보도록 하자. 


옆길로 가다보면 야외 제단이 마련되어 있는데 이 곳은 성모의 공간인가 보다. 주변을 둘러보는 도중에 좀 전에 봤던 결혼식 무리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가만히 보니 남성은 서양식 슈트를, 여성은 베트남 전통복장인 아오자이를 입고 있다. 남자는 양복을 입고, 신부를 제외한 여자는 한복을 입는 한국의 혼인풍습과 꼭 닮았다.


 


결혹식 가족들이 뒤뜰에서 사진을 찍는 동안 얼른 정면으로 와, 전에 못 눌렀던 셔터를 연신 눌러댔다. 마무리 될 때쯤 시계를 보니, 겨우 30-40분이 흘러있었다. 사진기 없이 전체를 둘러봤다면 10분이면 다 보았을 법한 작은 성당이다. 이렇게 작은 성당임에도 다낭 대성당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다낭 지역을 관할하는 주교가 상주하기 때문이란다. 여하튼 작은 대성당을 모두 둘러보고 나가는 길, 아까는 천국에 문을 열며 '이리오게' 라고 하는 듯한 베드로의 모습이 나갈 때가 되니, '다 봤으면, 이 쪽으로 나가거라' 라고 하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