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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조각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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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의 향수 내 어릴 적 명절은 대단한 행사였다. 명절 전날 목욕탕에서 때를 벗겨내는 것부터 시작한다. 다음날 아버지 차로 시골길을 지나, 산골짜기 마을 고모할머니댁에 도착한다. 마당에 들어서면 아궁이에 매캐한 장작 타는 냄새가 마중 나온다. 작은 집에 친척들이 스무 명 가량 모인다. 어머니를 포함한 친척 아주머니들은 음식을 준비하고, 친척 아저씨들은 대낮부터 술잔을 기울이거나 잡담을 나눈다. 아이들은 아이들 대로 모인다. 추석엔 산에 밤송이를 주으러 가기도 하고, 설엔 언 논에서 썰매를 타기도 한다. 여느 집처럼 명절에는 탕국에 각종 전, 나물을 먹는다. 명절에 따라 송편이나 떡국이 추가되기도 한다. 30대 중반. 아이가 두 명이 생겼다. 네 가족이 동남아에서 산다. 명절에 한국을 갈 수 없을 때가 대부분이다. 첫..
올림픽 메달에 드리운 혐오의 그림자 2020 도쿄올림픽. 안산 선수는 양궁에서 세 개의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신궁의 반열에 오를 만한 쾌거이다. 그런데 한 선수가 세 개씩이나 금메달을 쓸어왔으니 성원을 받아야 함에도 의아한 일이 벌어졌다. 그녀가 페미니스트이니 금메달을 박탈해야 한다는 요구가 인터넷 사회에 퍼지고 있다. "!?" 쉽게 이해가 가질 않는다. 페미니스트는 금메달의 자격이 없는가? 내가 아는 페미니즘은 성 평등 운동이다.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페미니즘인데, 그게 어째서 금메달 박탈 사유가 되는 것일까? 그런데 페미니즘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았다. 페미니즘의 이름 아래 많은 분파들이 넓은 스펙트럼을 구성하고 있다. 리버럴 페미니즘, 래디컬 페미니즘, 상호교차성 페미니즘,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 또 시대에..
남자일까? 여자일까? 어떤 아이일까? 남자 일까 여자 일까? 애초에 우리 부부는 태아의 성별 구분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니, 사진을 보거나 영상을 봐도 알 수가 없다. 무심한 담당 의사 선생님은 성별을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태아의 성별을 몇 주차 이내로 알려주는 것은 불법이라 그렇다고 한다. 아무튼 현재 아이의 공식적인 성별은 아직 '알 수 없음' 이다. 주변에서 아이의 성별을 가지고 왈가왈부한다. 어떤 이는 왕자님일 것 같다고 하고, 또 다른 이들은 공주님 일거라 말한다. 이유들은 대게 황당하다. 꿈에서 성별을 암시하는 상징물을 봤다던가, 나나 아이 엄마의 관상이 그렇다거나, 혹은 근거 없이 자기 느낌으로 그럴 거라 생각한다거나...... 확답을 줄 수 있는 기관은 병원 뿐 이지만 어떤 이들은 꽤 강하게 자신의 주장을 피력..
난임 시술을 준비하는 친구놈에게 야 임마, 그게 아니라고. 잘 들어봐. 일단 난임 전문 병원에 가는 게 제일 중요해. 병원 가는게 뭐가 부끄러!? 야, 이런 저출산시대에는 오히려 명예스러운 일이지. 일반적으로 일년 동안 자연임신이 안됐다면 난임이라고 그래. 너네 와이프는 나이도 있으니 지금쯤 가 볼 필요는 있어. 난임 병원이 어디에 있냐고? 쓸데 없이 이름 긴 정부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공식페이지에 리스트가 있어. 이걸 뭐 기억 할 건 없고, 이 링크 타고 들어가서 너네 집 주변에 난임시술병원이 어딨는지 확인해봐. https://www.hira.or.kr/rd/hosp/getHospList.do?pgmid=HIRAA030002020000#tab02 정자 검사는 해보긴 했냐? 와이프가 병원에 거부감 가지면, 니가 먼저 병원 가서 정자 ..
아디다스의 정말이지 완벽한 러닝 쇼츠 아디다스에서 조깅할때 입을 쇼츠를 한 벌 구입했다. 미세먼지가 없는 좋은 날을 골라 이 쇼츠를 입고 10km 남짓 동네를 뛰어보았다. 아 이렇게 완벽할수가! 내가 원하는 모든 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있는 옷이다. 어떤 쇼츠는 무게가 무겁고, 어떤 쇼츠는 통풍이 아쉽고, 또 어떤 쇼츠는 주머니에 지퍼가 없고.... 이런식으로 여태까지 입었던 여러 쇼츠들은 각기 조금씩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었지만, 이 녀석은 달랐다. 부드러운 메쉬 안감과 더불에 외부에 통풍 구멍까지 갖추어져 있어 통기성이 뛰어나고, 습기 배출에 유리하다! 뛰다 보면 엉덩이, 사타구이에 땀이 고이기 마련인데, 이 때 통풍이 잘 되지 않는 쇼츠를 입고 뛰면 땀에 절은 옷에 맞닿은 피부가 이리 저리 쓸려 엉망진창이 된다. 치파오 치마 마냥 시..
옛 외가의 기억 아버지 쪽 식구들은 대부분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다. 그래서 명절에 큰 집 내려가 뵜던 분들은 촌수가 양 손의 손가락 개수를 훌쩍 뛰어넘는 먼 친척들이었다. 어머니는 형제가 아홉 명이 있고, 그 중 다수가 포항에 살기에 촌수가 가까웠다. 그래서 명절마다 대면대면하고 지루한 큰 집에서 얼른 나가, 왁자지껄하고 가까운 사람이 많은 외가를 얼른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물론 머리가 커져서는 큰 집이고 외가고 얼른 집에 돌아가서 컴퓨터 게임이나 했으면 좋겠다고 행각했지만.. 외가의 친척어른들과 사촌들 뿐만 아니라, 그 무렵의 외가 집도 기억에 강하게 남아있다. 70년대에 지어졌을 법한 아주 오래되고, 작은 가옥이었다. 열 명의 형제자매가 자라났다는 믿기 어려울 만큼 작은 집이었다. 집 밖에 위치한 푸세..
한국의 해외입국자 관리는 세계제일 2차 팬더믹, 트윈데믹이라는 용어들이 등장하며, 다시금 코로나 발병이 활개를 치고 있는 현재. 천신만고 끝에 9월 15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 지독한 전염병은 국가간 이동에 끔찍하게 영향을 미친다. 아직 전염병 관리 체계가 허술한 동남아 어느 개발도상국에서 코로나 사태를 접하여서일까? 교회발 전파로 인해 전염병이 다시 창궐한 이 마당에 귀국한다는 것은,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덜컥 입국제한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만들어냈다. 거리두기 2단계, 2.5단계, 다시 2단계... 시시각각 변하는 정책상황도 걱정을 더하는 데 한 몫 했다. 화장실 한 번 가지 않고, 마스크 한 번 벗지 않고 다섯 시간 남짓의 귀국 비행을 견뎌냈다. 두 국가의 공항과 장시간의 비행을 고려하여 선택한 KF94등급의 마스크..
카카오톡에 다시 티스토리가? 티스토리가 다음에 편입되고, 카카오톡에 #기능이 추가되었을 무렵. 카카오톡이 메신저 기능을 너머 모바일 포탈으로서 의 기능을 점차 넓히는 동시에 많은 티스토리의 글들이 카카오톡의 더보기란에 오르곤 했다. 글을 잘 싸지르면 다음을 통해 카카오톡에 노출되면서, 엄청난 방문자를 끌어당기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호시절은 짧았고, 블로그 글이 대형커뮤니티의 글로 대체되면서 다음블로그, 티스토리 블로그는 카톡에서 노출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금 티스토리와 카카오톡이 연계가 된다고 한다. 공지에 따르면 일단은 계정만 연계가 될 것 같은데,, 과연 이전과 같이 카톡에 노출되는 티스토리의 재부흥을 기대해보아도 될런지 현재로서는 미지수이다. 카톡 계정과 연계되면서, 지인들에게 보이기 꺼려지는 내 블로그가 커밍아웃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