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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가 보여 준 전염병을 대하는 사회, 페스트 "그러나 페스트가 대체 뭡니까? 인생이에요. 그 뿐이죠." 도시가 페스트의 재화를 겪다가 마침내 해방되는 이야기이다. 주요 인물로는 의사인 리외, 보건대 대장 타루, 이방인 랑베르, 서기관 그랑, 밀수꾼 코타르, 신부 파늘루가 등장한다. 전염병에 대항하여 싸우는 자, 상황을 즐기며 이득을 취하는 자, 종교적으로 상황을 해설하려는 자...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등장한다. 작품의 말미에 소설의 주요 배경인 오랑에서 페스트는 종말을 고하고, 오랫동안 닫힌 시문과 항구를 개방한다. 그 때 해수병환자 노인이 주인공인 리외에게 하는 말이 인상적이다. 노인은 이렇게 말한다. "그러나 페스트가 대체 뭡니까? 인생이에요. 그 뿐이죠." 그렇다.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 심지어 코로나 바이러스가 활개 치는 이 시대에도 노인..
올림픽 메달에 드리운 혐오의 그림자 2020 도쿄올림픽. 안산 선수는 양궁에서 세 개의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신궁의 반열에 오를 만한 쾌거이다. 그런데 한 선수가 세 개씩이나 금메달을 쓸어왔으니 성원을 받아야 함에도 의아한 일이 벌어졌다. 그녀가 페미니스트이니 금메달을 박탈해야 한다는 요구가 인터넷 사회에 퍼지고 있다. "!?" 쉽게 이해가 가질 않는다. 페미니스트는 금메달의 자격이 없는가? 내가 아는 페미니즘은 성 평등 운동이다.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페미니즘인데, 그게 어째서 금메달 박탈 사유가 되는 것일까? 그런데 페미니즘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았다. 페미니즘의 이름 아래 많은 분파들이 넓은 스펙트럼을 구성하고 있다. 리버럴 페미니즘, 래디컬 페미니즘, 상호교차성 페미니즘,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 또 시대에..
천 개의 파랑 실수로 잘못된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기수가 경마장에 왔다. 투데이라는 말과 함께 몇 번의 우승을 차지 하지만, 말은 관절이 닳아 존재 가치를 잃어갔고, 기수는 말을 위해 스스로 낙마한다. 기수 휴머노이드와 말을 중심으로 한 가족이 얽혀가는 드라마이다. 인간 주인공들 연재, 은혜, 보경은 기수, 말과 인연을 만들어 가며 그들의 과거를 치유한다.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엄연히 SF소설이다. 하지만 소설 속 SF의 요소는 그렇게 많지 않다. 로봇이 생활 곳곳에 등장하지만, 편의점, 경마장, 학교, 학원 등 지금의 한국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배경이 묘사되어있다. SF적 요소인 로봇이 사회를 제한적으로 변화시킨 모습을 보여준다. 현재 한국 사회와 같은 소설 속 배경 덕분에 주인공들을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범인 없는 살인의 밤 추리 소설 장르는 어느 정도 정해진 문법이 있다. 주로 작중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탐정 (혹은 탐정 역할)이 범인을 찾아 내는 방식이다. 그 과정에서 독자는 작가가 제공한 몇몇 증거품들을 활용해 탐정과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느낌을 받으며 책을 읽어 나간다. 결론 부분에서는 범인이 밝혀지고, 그 동기와 과정을 밝혀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해 준다. 이 단편집 속 많은 작품이 정형화된 추리 소설 장르의 문법을 벗어난다. 트릭 보다 동기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살인이 아니라 자살의 이유를 밝히는 작품이 있기도 하다. 또한 각 소설에서 나오는 인물의 수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범인이 될 만한 인물이 매우 적어, 범인이 누구인지 알기 쉽다. 추리 소설 특유의 범인 찾기는 이 책의 주된 ..
멍청해서 씁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독서량을 늘고 있다. 이 년 전에는 백 권 정도, 작년에는 오십 권 정도 읽었다. 책 읽는 즐거움이 점차 커져 간다. 그런데 올해부터 해외 생활을 시작하면서 책을 구하기 힘들어 졌다. 그래서 독서량이 줄었다. 그러던 중 밀리의 서재라는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시 책 일기에 속도가 붙었다. 현재 오월 말, 서른 권 정도 읽었다. 책을 계속 읽어왔다. 자기 전에 책 읽던 버릇이 있어, 대학생 때부터 독서를 끊지 않고 살아왔다. 아무리 바빠도 두 달에 한 권 정도는 책을 읽었다. 그런데 최근 독서량을 급격히 늘리니 탈이 났다. 읽었던 책의 내용이 기억이 나질 않는 일이 발생했다. 독서의 양이 뇌가 기억할 수 있는 용량을 초과한 걸까? 책을 읽고 시간이 지나면 내용이 기억이 나..
남자일까? 여자일까? 어떤 아이일까? 남자 일까 여자 일까? 애초에 우리 부부는 태아의 성별 구분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니, 사진을 보거나 영상을 봐도 알 수가 없다. 무심한 담당 의사 선생님은 성별을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태아의 성별을 몇 주차 이내로 알려주는 것은 불법이라 그렇다고 한다. 아무튼 현재 아이의 공식적인 성별은 아직 '알 수 없음' 이다. 주변에서 아이의 성별을 가지고 왈가왈부한다. 어떤 이는 왕자님일 것 같다고 하고, 또 다른 이들은 공주님 일거라 말한다. 이유들은 대게 황당하다. 꿈에서 성별을 암시하는 상징물을 봤다던가, 나나 아이 엄마의 관상이 그렇다거나, 혹은 근거 없이 자기 느낌으로 그럴 거라 생각한다거나...... 확답을 줄 수 있는 기관은 병원 뿐 이지만 어떤 이들은 꽤 강하게 자신의 주장을 피력..
난임 시술을 준비하는 친구놈에게 야 임마, 그게 아니라고. 잘 들어봐. 일단 난임 전문 병원에 가는 게 제일 중요해. 병원 가는게 뭐가 부끄러!? 야, 이런 저출산시대에는 오히려 명예스러운 일이지. 일반적으로 일년 동안 자연임신이 안됐다면 난임이라고 그래. 너네 와이프는 나이도 있으니 지금쯤 가 볼 필요는 있어. 난임 병원이 어디에 있냐고? 쓸데 없이 이름 긴 정부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공식페이지에 리스트가 있어. 이걸 뭐 기억 할 건 없고, 이 링크 타고 들어가서 너네 집 주변에 난임시술병원이 어딨는지 확인해봐. https://www.hira.or.kr/rd/hosp/getHospList.do?pgmid=HIRAA030002020000#tab02 정자 검사는 해보긴 했냐? 와이프가 병원에 거부감 가지면, 니가 먼저 병원 가서 정자 ..
아디다스의 정말이지 완벽한 러닝 쇼츠 아디다스에서 조깅할때 입을 쇼츠를 한 벌 구입했다. 미세먼지가 없는 좋은 날을 골라 이 쇼츠를 입고 10km 남짓 동네를 뛰어보았다. 아 이렇게 완벽할수가! 내가 원하는 모든 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있는 옷이다. 어떤 쇼츠는 무게가 무겁고, 어떤 쇼츠는 통풍이 아쉽고, 또 어떤 쇼츠는 주머니에 지퍼가 없고.... 이런식으로 여태까지 입었던 여러 쇼츠들은 각기 조금씩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었지만, 이 녀석은 달랐다. 부드러운 메쉬 안감과 더불에 외부에 통풍 구멍까지 갖추어져 있어 통기성이 뛰어나고, 습기 배출에 유리하다! 뛰다 보면 엉덩이, 사타구이에 땀이 고이기 마련인데, 이 때 통풍이 잘 되지 않는 쇼츠를 입고 뛰면 땀에 절은 옷에 맞닿은 피부가 이리 저리 쓸려 엉망진창이 된다. 치파오 치마 마냥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