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와 박쥐 독후감, 시대를 관통하여 교차하는 운명

두 사건이 얽힌다. 공소시효가 끝난 오래된 살인사건과 현재의 살인. 두 사건 모두의 범인이라고 자처하는 사나이가 나타나 자백한다. 그의 자백을 납득하지 못 하는 아들과 피해자의 딸. 그 둘은 받아들일 수 있는 진실을 원한다.

히가시노 게이고. 숨을 내쉬듯 작품을 내놓는 작기이다. 다작 작가이면서 동시에 인기작가이다. 본격적인 추리소설과는 거리가 있는 작품이다. 트릭이나 알리바이 같은 요소를 다루기 보다, 서사를 앞세워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술술 읽히게 하는 작품이다. 추리소설 매니아 뿐만 아니라 보통의 독자들도 끌어당기는 서사가 그의 작품의 대중성을 확보하는데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독자가 작품 종반부 직전에 범인을 특정할 수 있을까? 구라키는 서사상 아니고, 피해자의 가족도 당연히 제외한다. 그러면 몬젠나카쵸 식당 사람들만 범인으로 특정되는데, 모녀는 알리바이가 있으니 제외된다. 핵심 인물이 모두 제외되고 남은 것은 주변 인물들이다. 주변 인물들이니 누구라도 범인이라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애초에 트릭, 수수께끼가 없으니 옛 사건과 엮어서 동기만 잘 지어내면 된다. 본격 추리 소설의 시선으로 보면 좀 치사한 처사이다. 종반부 직전까지 이혼한 부자의 역할이 아무것도 없었으니, 아마 감으로나 그 둘을 의심해 볼 수는 있었겠다.

“주변 인물로만 보였던 아이가 사실은 범인.” ‘Y의 비극’을 떠올리는 트위스트이다. 다만 ‘Y의 비극’은 범인이 아이였어야 하는 밀실트릭이 있지만, 백조와 박쥐 속의 아이는 동기만 가지고 있다. 형사의 역할도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추리로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역할보다는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역할이 더 크게 부여됐다. 범인을 찾아낸 결정적인 단서도 백조와 박쥐팀, 그리고 다른 경찰인 증거품 수집팀에서 제공하였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훌륭한 이유는 많다. 작가 특유의 술술 읽히는 서사가 첫째. 그리고 공소시효와 언론으로 인한 2차 피해라는 요소를 동시에 다룬 참신함이 둘째이다. 그러므로 계속 이 작가의 작품을 읽을 것인가? 에 대한 답은 계속 YES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