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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후감

새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면

악역이나 지구적인 위기가 없는 SF 개인사. SF하면 자연스럽게 떠올리는스페이스 오페라’, 삼체와 같은 탈지구급 소재에 너무 익숙해져 있던 탓일까? 더 익숙할 수밖에 없는 수필과 같은 개인의 이야기가 SF와 섞이니, 새로운 느낌을 준다.

이 이야기도 그렇다. 표면으로 드러나는 악당이 없다. 누군가 지구를 위협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야기를 곱씹어보면 악당이 슬며시 등장한다. 사회를 이룬 인간이다. 로빈의 아빠 시오는 로빈에게 약물을 시도하려는 교육 정책과 갈등을 빚는다. 얼리사는 동물권을 부정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투쟁한다. 우주학자들은 인간의 정책 때문에, 거대한 프로젝트가 꺾인다. 로빈은 주변의 모든 인간 제도와 부딪힌다.

얼리사는 이미 죽었다. 로빈은 모든 공감능력을 잃고 방황하다 사고로 죽는다. 이야기의 끝까지 차세대 우주 관측기 정책은 표류하고 있고, 동물권도 향상되지 않는다. 이야기의 처음과 끝, 주인공이 죽을 뿐 사회는 바뀐 것이 없다. 한 가족의 처절한 몸부림이 모두 실패로 돌아간다. 해피엔딩은 없다. 사람이 죽어도 좀처럼 바뀌지 않는 사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실적 엔딩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시오는 마지막에 로빈이 했던 뉴로피드백 훈련을 받는다. 이미 죽어버린 자신의 아이가 보았던 세상을 보게 된다. 시오가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게 될까? 얼리사와 로빈과 같은 삶을 살 것인지, 이제까지의 시오로 계속 남을지 궁금하다.

Bewilderment라는 제목이새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면이 되었다. 동물이 사라지는 것을 간접적으로 고발한 책인 동시에, 새가 그 중에 가장 주목을 받았으니, 그럴 만도 하다라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beWILDerment의 원작 제목의 영어적 느낌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저 영단어에 맞는 적절한 한국 제목을 택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