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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 갈 곳과 먹을 것

잘 되는 집의 잘 되는 이유. 남원 추어탕. 현식당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거장 톨스토이의 작품인 <안나 카레니나>의 가장 첫 문장이다. <총,균,쇠>에서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이 문장을 빌려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 이란 것을 소개하였다. 그것은 성공에는 명확한 하나의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실패 요인을 피하거나 억제한다면 성공에 이를 수 있다는 법칙이다. 


왜 느닷없이 톨스토이 타령이냐고? 바로 이 글에서 소개할 남원의 추어탕 집인 '현식당'이 그와 꼭 맞는 식당이기 때문이다. 단점이 없는 식당, 현식당을 소개한다. 






메뉴가 많지 않다. 많은 유명 식당, 맛집들의 메뉴 구성은 매우 단촐하다. 특히나 XX전문점, XX요리 등의 추임새가 간판이나 입구에 적혀있는 식당들은 필히 메뉴수가 적고 간단해야 한다. 손님이 식당을 두번, 세번 다시 찾게 하는 마법은 못 먹어본 메뉴가 아니라, 정말 맛있게 먹은 메뉴이기 때문이다. 구색을 맞출 필요가 있는 정식집이나 파인다이닝 식당은 당연히 이 법칙에서는 제외. 

현식당은 극단적으로 메뉴가 단순하다. 사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사람수에 맞추어 "탕 O개 주세요." 라고 시원하게 외치면 그만이다. 



손님맞이에 소홀함이 없다. 이 식당에는 사장님(?) 혹은 매니저급으로 보이는 분이 홀에 두 분 계시는데, 한분은 카운터에서 계산을 보시고, 다른 한 분은 손님맞이 및 홀서빙 서포팅을 전담한다. 손님이 신발을 멋고 식당으로 입장할 때 마다, 이 더블 볼란치는 능숙하게 손님들 적재적소에 안내한다. 안내시에 앉을 테이블을 다시금 닦고 정돈해 주기도 한다. 정성이 대단하다. 



식자재에 수급과 질에 신경쓴다. 추어탕의 핵심 주역들인 시래기와 된장에 신경쓰는 것을 엿볼수 있다. 다만 미꾸라지에 대한 언급은 없는 걸로보아, 업체에서 떼어 오는 듯 하다. 미꾸라지 양식장까진 계약이 안되었나 보다. 그래도 국내산 미꾸라지이다. 






식탁 위의 모든 접시안 내용물이 단정하고 짜임새 있다. 남도식으로 반찬수를 때려박는 것이 아니라 추어탕과 어울릴 만한 반찬들만 식탁위에 오른다. 




맛있다. 말해 무엇하랴, 맛없는 음식을 팔면서 잘되는 식당이 있던가. 춘향제를 즐기고 온 다음, 조금은 무거운 몸뚱이를 이끌고 와 추어탕을 먹으니, 빨간 포션을 마신냥 기력이 돌아온다. 


탕을 반쯤 먹을 때 즈음, 6팩을 추가 주문 하였다.  





마지막으로는 인심. 다른 손님들이 국물을 더 요구하니, 당연하다는 듯이 더 리필하여 준다. 


식당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마지막 발이 나오는 순간까지 꼭 마음에 드는 식당이다. 온라인으로 택배주문이 가능한지 좀 알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