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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후감

카뮈가 보여 준 전염병을 대하는 사회, 페스트

"그러나 페스트가 대체 뭡니까? 인생이에요. 그 뿐이죠."

 

도시가 페스트의 재화를 겪다가 마침내 해방되는 이야기이다. 주요 인물로는 의사인 리외, 보건대 대장 타루, 이방인 랑베르, 서기관 그랑, 밀수꾼 코타르, 신부 파늘루가 등장한다. 전염병에 대항하여 싸우는 자, 상황을 즐기며 이득을 취하는 자, 종교적으로 상황을 해설하려는 자...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등장한다.

작품의 말미에 소설의 주요 배경인 오랑에서 페스트는 종말을 고하고, 오랫동안 닫힌 시문과 항구를 개방한다. 그 때 해수병환자 노인이 주인공인 리외에게 하는 말이 인상적이다. 노인은 이렇게 말한다. "그러나 페스트가 대체 뭡니까? 인생이에요. 그 뿐이죠."

그렇다.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 심지어 코로나 바이러스가 활개 치는 이 시대에도 노인의 통찰은 유효하다. 인간은 늘 그게 그것이었다. 소설의 등장했던 인간 군상들을 모두 지난 2년간 볼 수 있었다. 그것뿐이던가? 가짜 치료제를 파는 사람, 정치적인 이득을 취하는 사람,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 현실이 이야기보다 더 창의적이었다.

책을 읽는 동안, 이야기의 전개 속도가 다소 느리다는 인상을 받았다. 중간중간 늘어지는 배경묘사, 형용어구, 심리묘사가 지루할 만큼 길었다. 내가 문학을 감상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플롯에만 집중하다 보니, 작가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감각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고 지루하게만 느껴졌다. 아직 책을 빨리 읽어야겠다는 강박이 있는 것 같다. 문학을 읽을 때만큼은 느긋하게 오감을 활용하는 독서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