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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후감

멍청해서 씁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독서량을 늘고 있다. 이 년 전에는 백 권 정도, 작년에는 오십 권 정도 읽었다. 책 읽는 즐거움이 점차 커져 간다. 그런데 올해부터 해외 생활을 시작하면서 책을 구하기 힘들어 졌다. 그래서 독서량이 줄었다. 그러던 중 밀리의 서재라는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시 책 일기에 속도가 붙었다. 현재 오월 말, 서른 권 정도 읽었다.

책을 계속 읽어왔다. 자기 전에 책 읽던 버릇이 있어, 대학생 때부터 독서를 끊지 않고 살아왔다. 아무리 바빠도 두 달에 한 권 정도는 책을 읽었다. 그런데 최근 독서량을 급격히 늘리니 탈이 났다. 읽었던 책의 내용이 기억이 나질 않는 일이 발생했다. 독서의 양이 뇌가 기억할 수 있는 용량을 초과한 걸까? 책을 읽고 시간이 지나면 내용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 책 제목만 기억 나거나, 책에 대한 간략한 느낌만 어렴풋이 남았다. '이 책은 분명 교훈적인 내용이었는데, 내용이 뭐였지?' 이런 식이다. 문학은 느낌만 남아도 그럭저럭 괜찮다고 하더라도 비문학은 그렇지 않다. 감동보다 내용, 주장이나 근거 가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서도 나중에 내용이 기억나질 않는다면, 백 권을 읽으나 아예 읽지 않으나 매한가지 아닌가!

어떻게 해야 할까? 독서량을 줄이기는 본말이 전도된 해결법이다. 기억력을 짧은 시간 안에 늘리기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생각해 낸 해결책은 기록이다. 다시 말하자면 초등학생 때 끔찍이도 싫어했던 독후감 쓰기이다. 독후감을 쓰려면 책을 읽으며 기록을 남겨야 한다. 그리고 책을 읽고 나서도 기록을 중심으로 다시 책을 한번 더 훑어 보게 된다. 내 나름의 체계로 정리하여 짧은 글을 짓는다. 이차 삼차로 읽고, 재조합까지 하는 셈이다.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기억력 증가가 독후감 쓰며 어느 정도 이루어 진다.

독후감은 올해부터 들이기 시작한 버릇이다. 사실 올해 읽었던 책은 굳이 기록을 남기지 않더라도 지금 모두 기억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귀찮기도 하다. 그래도 몇 년이 지나면 모두 까먹어 버릴게 분명하기에 꿋꿋이 독후감을 써보려 한다. 이게 어떤 과실을 맺어 나에게 돌아올 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