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식당이다. 맛이 애매하다는 것이 아니라, 식당의 정체성이 애매하다. 간판에는 <튀김 & 일본식라멘 전문점> 이라고는 하였지만, 라멘 메뉴는 하나뿐인 식당이다. 할머니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는 순이라는 식당은 적어도 내가 보기엔 정체성은 명확하진 않다. 맛과는 별개로
메뉴판은 보면 그것이 잘 보이는데, 튀김류의 메뉴는 굉장히 다양하지만, 라멘메뉴는 달랑 하나이다. 돈코츠라멘이다. 그와 비교되는 것이 푸딩 메뉴인데, 후식메뉴인 푸딩이 라멘 메뉴보다 다양하다.
실내는 몇평 되지 않는 조그마한 공간이다. 10~15명 정도가 최대 정원이다. 실내가 좁으니, 사진찍기가 용이하진 않다. 이럴땐 화각이 넓은 폰카로 찍는게 최선이다.
특이한 것이 식당 내부에는 형광등이 없다. 대신 노란빛의 백열전구와 양철 슬레이드로 덮어놓은 천장이 식당내부를 노르스름하게 만들어 버린다. 이 식당안에 퍼진 이 노란빛이 이 식당의 주종목인 튀김과 라멘을 좀 더 노랗게 보이게 만들어 시각적으로 맛있는 느낌을 선사한다. 이러한 인테리어로서 노란 조명이 노란 튀김에 한꺼풀 더 덮힌 느낌을 준다.
오픈키친. 식당이 좁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이다. 식당 내부에 손님을 위한 공간 보다, 요리를 위한 공간이 더 넓다. 건물 공간의 한계인지 일부러 일본 라멘집의 느낌을 내려 이러한 인테리어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좁은 식당에서 눈앞에서 요리를 하니,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이 심심하지는 않다.
밑반찬이다. 피클과 김치. 그리고 옆에 보이는 마늘은 스매셔를 이용해서 라면에 넣을 수 있다. 위의 사진들에 어둡게 나오지만 피클을 직접 담근 것으로 보인다. 희안하게도 오이보다 당근이 더 많다.
내가 가게에 도착했을때가 8시 즈음이었는데, 벌써 재료가 다 떨어져서 시킬수 있는 튀김 종류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오징어 튀김과 문어튀김을 주문하였다. 연체동물 두 종류를 한번에.... 주문이 겹친다.
오징어 튀김은 튀김 옷이 입혀진 바삭한 튀김이다. 튀김옷 자체의 식감이 좋았으나, 오징어 특유의 촉촉하고 쫄깃한 느낌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튀김 옷이 없는, 헐벗은 문어 튀김이다. 튀김 옷이 없으니, 문어 튀김보다는 문어 볶음이 더 어울리는 이름같지만,,,, 튀겼다고 하니, 일단 튀김이라고 하자. 비록 튀김옷이 없을지언정, 오징어보다는 이쪽이 훨씬 맛있었다. 문어만의 씹히는 느낌이 났기 때문.
튀김 쪽으로는 정체성이 확실한 것 같다. 작은 식당, 오픈 키친, 노릇한 튀김이 잘 어우러져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리고 그것이 맥주를 부른다. 이러한 모습은 '순이' 식당이 튀김 전문 식당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라멘.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돈코츠라멘이다. 맛있다. 정성스럽게 구운 돼지고기와 짜지 않은 국물 맛이 훌륭한 균형을 이룬다. 내가 딱 좋아하는 간이다. 이런 맑은 국물을 돈코츠라멘은 절대로 짜면 안된다. 나만의 개똥철학.
하지만 적어도 라멘전문점이라고 불리기에는, 메뉴의 개수가 하나인 것은 치명적이다.
그리고 또 하나 실망스러운 것은 라멘안에서 1인치 가량의 뾰족한 플라스틱이 발견되었다.... 뭐 우연이겠지만, 기분 좋을수는 없다.
날씨가 추운 요즘같은 계절에 잘 어울리는 "튀김, 맥주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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