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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 갈 곳과 먹을 것

포항 맛집 :: 동엽신도 반한 소머리국밥, 장기식당

포항에 산다면 한번씩은 와봤을 곳이다. 최근에 수요미식회의 방영을 기점으로 손님이 폭발적으로 늘어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 장기식당을 다녀왔다.



수요미식회에서 동엽신의 호평에 힘입어, 몇달간 장사가 일찍 끝날만큼 사람들을 끌었다. 그리하여 오래 끓일수록 깊은 맛을 내는 곰탕이 깊이 끓여지지 못하고, 조기에 소진되는 불상사를 겪었다. 



식당의 위치는 죽도시장 안쪽. 포항의 시내버스는 대부분 죽도시장 방면으로 오니, 접근성이 좋다. 죽도시장 부근에는 주차하기가 굉장히 까다로우니 대중교통을 타고 오는 것도 한 방법이다. 


죽도시장 내부에 발을 잘 못 들이면, 개미굴 같은 미로에 빠질 수 있게 되니, 초행길이라면 네비라도 켜놓고 가자. 




국밥향을 따라 좁은 골목길을 지나다 보면, 사냥개도 아니고... 식당 간판이 보이기 시작한다. 최근 영업의 일등공신인 수요미식회 기념 입간판도 세워져 있다. 




그리고 바로 옆 식당은 평남식당. 이 쪽은 백종원의 삼대천왕에 소개된 집이다. 사실 평남식당과 장기식당은 거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정도로 비슷한 국물맛을 보인다. 다른 점은 평남식당은 곰탕에 계란을 수란처럼 띄어 주는 것이 그 특징. 노른자가 어떻게 풀리느냐에 따라 국물맛이 천지로 달라진다. 



평남식당은 뒤로 하고, 문 앞에서 기다리자. 마구 들어가면, 아주머니께서 부르면 들어오라고 하는 꾸지람을 들을 수 있다. 손님이 많은 탓에 식당내가 분잡하기에 어떨 수 없다. 점심시간인 열두시에 거의 맞춰 왔음에도 불구하고, 자리가 만석이었다. 



국밥은 회전율이 빠른 종목 중 하나이다. 식사시간은 꽤 걸릴진 몰라도, 요리시간이 극적으로 짧기 때문. 얼마 기다리지 않고 안으로 입장하게 된다.


메뉴는 역시 간단하다. 곰탕과 수육. 두명이서 왔으니 수육은 아쉽지만 포기하고, 곰탕만 두 그릇 주문한다. 



가게 한켠에 1대, 2대 사장님 호카케 의 사진이 걸려있다. 식당 이름으로 유추해보건데, 포항의 장기면이 고향이신 분들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도 장기면이 본적이라서, 어찌 보면 옛 고향 어르신들인 셈이다.


65년전이면, 1952년이니, 한국전쟁 막바지 휴전협정을 했을 당시에 GRAND OPEN 이었다.. 정말 오랜 세월이다.






역시나 곰탕은 빨리 나온다. 뽀얀 국물과 대파의 초록빛. 곰탕의 정석이다. 고춧가루, 후추 등의 밑간이 되어 있지 않아 각자 기호에 맞게 소금이나 후추를 추가해야 한다.




같이 딸려 나오는 반찬들이다. 곰탕의 영원한 친구 깍두기가 크게 크게 썰려있는 것이 좋다. 언제라도 추가를 원하면 아주머니께서 더 가져다 주시니, 아껴먹지 말고 팍팍 먹어도 된다. 




그리고 은근히 양파 장아찌가 꿀반찬이었다. 계속 손이 가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이 국밥이 놀라운 점은.. 고기의 질과 양이다. 부들부들한 식감의 고기가 양껏 들어있다. 3인 이하 정도라면 굳이 수육을 따로 시키지 않아도 든든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정도의 양이다. 






얼추 고기와 국물을 맛 본 뒤, 국밥이면 국밥답게 밥을 투하한다. 옆 집 평남식당도 마찬가지이지만, 고기만 토렴을 하고 밥은 따로 따뜻하게 내어준다. 이유는 모르겄다...



밥 한숟갈에 깍두기 척척 얹어 먹으니, 어느새 국물이 벌게진다. 한참을 먹었음에도 아직 고기가 안에 그득그득하다. 이게 얼마나 많냐면, 그냥 국물만 떠먹고 싶은데 고기가 자꾸 걸려나와 짜증날 정도로 많다.





식사를 마치고 반대편 문으로 나가면 곰탕집의 재산 목록 1호인 솥을 볼 수 있다. 손 뻗으면 닿을 듯 한 거리에 평남식당의 솥이 걸려있다. 왠지 모를 묘한 긴장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저 분들은 라이벌일까? 오랜 친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