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왔다!
지금까지 쓰고 있던 안장인 치넬리 호보 순정 San marco 안장에 앉아서, 70km 이상의 라이딩을 하면 다음날 안장통이 꽤나 심하다. Seat-bone 이라 불리는 엉덩이 뼈가 멍이 든 것처럼 아프다. 여태까지는 그냥 저냥 버텼건만... 더이상은 안되겠다 해서 질러 버린 브룩스 안장.
브룩스 안장은 그 클래식한 모양새와 가죽 특유의 성형성 덕분에, 브롬튼 유저와 자전거 캠핑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꽤나 유명한 안장이다.
내가 산 모델은 브룩스 b17 스페셜. 브룩스 안장에는 여러 모델라인이 있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
박스를 열면 느닷없이 왠 Brooks Bugle 이라는 신문지가 있다.
자전거 여행에 관한 이야기들을 주로 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안장 및 가방들이 거의 브룩스 제품이다. 교묘한 홍보 전술이다. 굳이 읽고 싶지 않으므로 영어라서 그런건 아냐...., 나는 신문지로 써야 겠다.
신문지(?) 아래에는 본품인 안장이 고이 모셔져 있다. 이놈 참 잘 생겼네. Tension Adjust Spanner 도 같이 동봉되어 있다. 슬쩍 들어보니 무게가 꽤나 만만찮다. 540g 거의 반킬로에 달하는 무게이다. 앞으로 살이 더 잘 빠지겠네..다리도 튼튼! 가죽 재질과 쿠퍼스틸 재질이니 가벼울 수가 없겠지.
본품 아래에는 또 거적때기 신문지가 들어있다. 딱봐도 카탈로그.
역시나 카탈로그. 브룩스 라인업에 관한 정보이다. 안장을 사기 전이라면 모를까.. 인터넷에 있는 정보이기도 하고, 크게 중요한 정보는 없다.
다시 본품으로 돌아가자. 안장을 자세히 보니 자그마한 주름과 가죽 갈라짐들이 보인다. 영국으로부터 한국까지 와서 여태껏 창고에 있었을테니, 당연한 거겠지. 앞으로는 내가 케어해 주마.
안장이 하드보드지 재질의 종이판에 케이블 타이로 연결되어 있다. 스패너는 그 판에 글루로 붙어 있다. 칼로 슥슥 떼어 내자.
안장 안쪽에는 검정색의 무언가가 달려있다. 스패너는 저 부분을 조일 때, 쓰는 것.
검정 물체의 정체는 바로 안장 커버. 비올때나, 보관시에 쓰면 되겠다. 방수 능력을 한번 테스트 해 보아야 겠다.
저 판때기 뒤 편에는 편지가 붙어 있다. '안장 구입을 축하드립니다' 라는데, 감사합니다가 아니다
Maintenance Manual 이다. 꼭 꼭 읽어보자. 모든 제품은 메뉴얼을 읽는 것이 기본이다.
안장의 재질이 가죽이니, 당연히 관리가 필요하다. 메뉴얼에 의하면 반드시 Brooks Proofide라는 케어 제품을 사용하라고 명시되어 있다.이 놈의 상술
Tallow, cod oil, vegetable oil, paraffin wax, bees wax, Cirronella oil 가 포함된 제품. 꼭 이 제품을 써야만 하는 지에 대해서는 많은 이견들이 있다. 아래 링크의 포럼 게시물을 읽어보면, 많은 이들이 '왠만하면 Brooks Proofide 써라' 라는 의견을 보인다.
[LINK : The truth about proofide and brooks saddles - Bike Forums]
일단 당장에 내 손에 브룩스 케어 제품이 없으니, 가죽크림을 도포해야 겠다. 일단은 지금 장마철이기 때문에 습기에 의한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Proofide 제품 대용으로 가죽 영양 크림을 사용한다. 성분은 왁스, 유지, 리놀린, 밍크유. 가죽연화제이다.
메뉴얼에 명시된대로 안쪽에 크림을 바르되, 매우매우 소량만 넓게 도포 시킨다. Proofide 제품을 구할 때 까지만, 가죽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함이므로, 많이 도포할 필요가 없다. 안쪽면은 도포 후 닦아 낼 필요가 없다.
윗면에도 고루고루 도포.
그리고 Brooks Proofide 제품을 주문한다. 아 지갑이 가벼워 지는 소리가 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문했던, 브룩스 프루파이드가 도착! 메뉴얼에 따라 도포할 차례이다. 40g 자리 왁스.
왁스 성분.. 이게 왜 가죽안장에 좋은지 모르겠지만, 제조자의 말을 따라야지.. 하란대로 하자
과연 메뉴얼에는 어떠한 방식으로 관리하라고 써있는지, 영문 메뉴얼을 번역해보자. 직역이 아니라 의역으로 번역하겠다.
가죽은 내구성, 멋, 시원함, 편안함을 가진 천연 재료입니다. 다음의 몇몇 간단한 지시사항을 따른다면, 안장이 사용자에게 맞도록 변형되고 편안함이 오래 지속될 것입니다.
"길들이기 기간" 동안에는 브룩스 안장은 브룩스 프루파이드로 관리해야합니다. 브룩스 프루파이드에 가죽 안장을 위한 특별한 성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프루파이드는 안장의 아랫부분에 도포되고, 닦지 않은채로 둡니다.
안장 위쪽 마감부분에는 소량만 도포합니다. 제품이 가죽으로 스며들때까지 충분히 기다렸다가 닦아냅니다.
이러한 관리는 "길들이기 기간" 동안 여러번 반복되어야 합니다. 브룩스 프루파이드만이 당신의 안장을 책임질 성분을 지니고 있습니다.
가죽은 천연재료이기 때문에, 안장내의 각 부분마다 빳빳한 정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작은 자국, 흠집 그리고 색의 차이는 가죽의 결함이 아닙니다. 가죽은 태양에 그을리게 되며 자기 본연의 색을 지닙니다.
흰 바지를 입고 가죽안장위에 앉지 마세요. 사용전 천으로 한번 닦고 타기를 추천합니다.
가죽을 수분으로 부터 보호하기 위해 커버를 씌우세요. 젖은 안장을 타면 옷을 더럽히므로, 젖을 안장은 자연풍에 말리세요. 젖은 상태의 안장 장력을 조절하거나, 프루파이드를 도포하지 마세요.
....... ( 이 다음은 장력조절에 관한 내용).......
별거 아니군. 아랫쪽에는 바르고 닦지 말고, 위쪽에는 바르고 기다렸다 닦아내기. 가 핵심이다.
손가락으로 살금 살금 도포.
안장이 길들여지는 동안 이 짓을 많이 반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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