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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 갈 곳과 먹을 것

안동 맛집 :: 맛오십년 헛제사밥, 알쓸신잡의 그 곳

안동의 대표음식이라고 하면 간고등어와 찜닭이 단연코 투탑이다. 허나 이 둘 못지 않게 안동에서 유명하고 안동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었으니, 이름하여 헛제사밥. 간고등어와 찜닭과는 달리 헛제사밥은 타지역까지는 명성을 떨치지 못한 편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간고등어와 찜닭을 쉬이 볼 수 있지만, 타지역에서 헛제사밥이라는 간판을 본 기억은 단 한번도 없다. 


이러한 무명의 설움에 응답이라도 하듯 최근에 TvN에서 방영 중인 알쓸신잡 시즌2에 안동의 점심식사로 소개되면서, 헛제사밥이 전국구로 유명해지게 되었다. 주말 월영교 앞의 헛제사밥 식당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알쓸신잡 방송화면들

 




방송에서 알쓸신잡팀이 찾은 식당은 월영교앞 맛오십년 헛제사밥이라는 식당으로, 헛제사밥의 메카인 월영교 맞은 편에 위치하고 있다. 옆같은 헛제사밥을 하는 경쟁집이자 옆집인 까치구멍집과는 헛제사밥 투톱이었으나, 방송의 영향으로 맛오십년쪽으로 조금은 무게추가 기운 듯 하다.




알쓸신잡 뿐만 아니라, 헛제사밥 명성에 힘입어 여러 매체에 이미 소개된 바 있는 자타공인 유명 맛집이다. 방송은 물론 신문, 지역신문 등에 수차례 소개된 바 있다.







일단은 메뉴판을 보고 주문. 2명이서 헛제사밥 2인분과 간고등어구이를 하나 시킨다. 메뉴판에 재밌는 글이 있는데, 헛제사밥의 유래에 관한 글이다.

헛제사밥은 제사를 지내지 않고도 마치 제사밥처럼 쌀밥에다 각종 나물을 얹어 간장으로 비빔밥을 해먹는 안동의 전통향토 음식입니다. 유명한 서원이 많은 안동의 유생들이 쌀이 귀한 시절 제사음식을 차려놓고 축과 제문을 지어 풍류를 즐기고 거짓으로 제사를 지낸 후 제사음식을 먹은 까닭에 헛제사밥이란 이름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안동에 오셔서 '헛제사밥'을 드시면서 안동의 역사문화와 정서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위에서 황교익 평론가가 말한 것과는 헛제사밥의 유래가 약간 다르다. 그 유래에 대하여 여러 설이 있나 보다[각주:1].





방 안에는 방송에서 보았던 커다란 제삿상이 연상되는 테이블들이 보인다. 방 한켠에는 안동의 마스코트 격인 하회탈이 작은 모형으로 제작되어 걸려있다.




전술했다싶이, 헛제사밥으로 유명한 식당인 맛오십년 헛제사밥과 까치구멍집은 모두 월영교 맞은 편에 위치하고 있다. 그 이유는 1970년대 안동댐 건설로 수몰위기에 처한 각종 가옥들이 현재 안동민속박물관 근처로 옮겨졌다고 한다. 이때 일부가옥에서 전통음식만 팔도록 하면서 처음으로 헛제사밥이 상품화되어 팔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후 안동시 정책으로 다른 식당에서도 헛제사밥을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기존에 고가옥들이 위치하고 있는 안동민속박물관 근처인 월영교 주변에 헛제사밥 식당이 많이 생겨났다고 한다.





주문이 들어가면 스댕 보온병에 숭늉이 나온다. 밥압이 가라앉아 있으니, 꼭 따르기전에 잘 흔들자.




곧 간고등어와 함께 헛제사밥 한 상이 차려진다. 전, 부침을 제기 위에 올린 찬 하나와 헛제사밥 탕국 그리고 안동식혜가 헛제사밥의 구성이다. 좀 더 비싼 메뉴인 선비상이나 현학금상을 시키면 아마 구성이 더 푸짐해질 터이지만, 그 보다는 간고등어를 추가로 하는 것을 택했다.



간고등어! 짭쪼로롬 한 것이 조금 싱거운 헛제사밥과 잘 어울린다. 안동의 대부분의 음식이 부산, 경주 등의 남쪽 지역보다는 싱거운 편이지만, 유독이 고등어 만큼은 그 맛이 더 짜다.





각 종 전이 하나씩. 돔베고기 한 점, 고등어 구이 한점, 달걀 쿼터. 적다면 너무 적다고도 할 수 있는 구성이다. 헛제사밥에 고기류가 전혀 없으니, 이 반찬쪽에 조금 힘이 실렸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리필은 시도해 보지 않았다.


식당이 마감할 즈음에 찾아간 터라 모든 전이나 구이가 식을 대로 다 식어서 맛이 그닥이었다. 갓 구운 맛으로 먹는 것들인데, 참 맛을 보지 못한게 아쉬울 따름






드이어 주인공인 헛제사밥. 큰 탕기에는 나물들이 담겨 있고, 밥은 따로 낸다. 도라지 고사리 콩나물 등, 제사상에 자주 올라가는 나물들이다. 나물에서 고소한 향기 솔솔 올라오는 것이 이미 참기름을 넣어두었나 보다. 





잘 비벼서 한 입. 한 입 먹을 때 마다 간장으로 간을 맞추지만, 간을 강하게 하지는 않는다. 나물 씹히는 향과 맛으로 먹는 음식이라 짠 맛이 크게 필요도 없었다. 간이 심심하다고 느껴지면, 김치 한 점이나 간고등어 한 점을 먹으면 그만. 


산채비빔밥의 한 종류이지만, 고추장으로 먹는 비빔밥과는 사뭇 맛이 다르다. 헛제사밥은 재료의 맛이 좀 더 확연히 드러나는 비빔밥이다. 



그리고 의문의 안동식혜. 처음 맛본다. 

메뉴판의 설명.

일반 식혜와는 달리 끓이지 않고 발효시켜 만든 음식으로 누가 먹어도 탈이 나지 않으며 독특한 생강 맛, 고춧가루의 매운맛, 엿기름의 단 맛, 무의 시원한 맛이 어울려서 살아있는 유산균을 먹는 몸에 아주 좋은 건강음료 입니다.


일단은 생강의 맛과 향이 아주 강하다. 식혜보다는 수정과에 가깝다. 그리고 고춧가루의 매운맛이 밀려오는에 생강 맛과 더불어 전혀 식혜스럽지 않은 맛을 낸다. 상대적으로 단 맛과 무의 맛은 약한 편. 경북지역의 밥식혜와는 또 다른 음식이다. 음료류이기 때문에 디저트인 줄 알고 식사 마지막에 먹었는데, 매운맛이 이리 강하니 디저트류는 아니고 물김치의 한 종류로 보는게 더 타당할 듯 싶다.


싫어하는 사람은 입에도 못 댈 맛이다.



  1. 그 외에도 제사를 지내지 않는 일반 평민, 서민들이 헛제사를 열어 제사 음식을 즐겼다는 설도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