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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조각 모음

남자일까? 여자일까?

어떤 아이일까? 남자 일까 여자 일까? 애초에 우리 부부는 태아의 성별 구분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니, 사진을 보거나 영상을 봐도 알 수가 없다. 무심한 담당 의사 선생님은 성별을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태아의 성별을 몇 주차 이내로 알려주는 것은 불법이라 그렇다고 한다. 아무튼 현재 아이의 공식적인 성별은 아직 '알 수 없음' 이다.

주변에서 아이의 성별을 가지고 왈가왈부한다. 어떤 이는 왕자님일 것 같다고 하고, 또 다른 이들은 공주님 일거라 말한다. 이유들은 대게 황당하다. 꿈에서 성별을 암시하는 상징물을 봤다던가, 나나 아이 엄마의 관상이 그렇다거나, 혹은 근거 없이 자기 느낌으로 그럴 거라 생각한다거나...... 확답을 줄 수 있는 기관은 병원 뿐 이지만 어떤 이들은 꽤 강하게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기도 한다.

돈을 걸지 않아도 성별을 알아 맞히는 내기는 즐거운 일이다. 알아맞히기 보다 유쾌한 일은, 남, 녀 어느 성별을 정함으로써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다. 아빠를 닮은 아들이 나와 어찌 어찌 될 거라는 둥, 엄마를 닮은 딸이 나와 식욕이 왕성할 거라는 둥...... 세상에 나오지도 않은 '알 수 없음'의 성별이 어떻게 부모와 주변인들의 상상력을 이다지도 자극하는지,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어떤 부부들은 태아의 성별을 일찍 알고자, 성별 공개를 잘 해주는 산부인과를 일부러 찾아가기도 한다. 백분 공감이 된다. 우리 부부도 매일 궁금해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이의 성별을 상상하며 떠들어대는 이야기들이 유쾌하고, 부정확한 근거의 상상력도 즐거운 일이다. 그러니 '알 수 없음'의 성별이 주는 행복을 좀 더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