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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후감

축가는 어떤게 좋을까? ('당신의 별자는 무엇인가요' 독후감)

아내와 몇 주전 제법 심각한 논쟁을 한 적이 있다. 논쟁의 주제는 '축가' 였다. 우리 부부 모두 친하게 지내는 친구 녀석 하나가 결혼을 하는데, 어쩌다 보니 내가 축가를 맡게 되었다. 그래서 아내와 머리를 맞대고 어떤 곡을 부르면 좋을까 고심을 하게 됐다. 고심 끝에 아내는 흥겹고 신나는 곡을, 나는 진중한 곡을 후보로 내놓았다. 해답이 없을 것만 같은 문제로 서로의 주장이 반목하는 상황이다. 오랜 논쟁 끝에 새신랑은 되어 본 적이 있지만, 신부가 되어 본 적이 없는 나는 '결혼식에는 신부가 주인공' 이라는 전직 신부였던 아내의 철벽같은 주장에 내 의견을 굽힐 수 밖에 없었다.

유현준의 에세이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에 몇몇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있다. 하나는 이전 세대의 테이프 선물이다. 이 책의 작가 유현준(69년생)의 20대 시절에는 직접 녹음한 음악 테이프를 선물 하는 것이 한 때 유행했다고 한다. 선물받는 이의 감정을 자신의 감정과 같이 공명시키는 수작이란다. 그러니 영화 <라붐>의 헤드폰 장면처럼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음악을 들으면, 시각적 청각적 요소가 더해져 효과가 극대화 된다는 이야기이다.

또 다른 이야깃거리로는 롤러코스터 이야기가 있다. 연애에 성공하기 위해 썸남 혹은 썸녀와 롤러코스터를 타면 좋다는 주장. 그 이유인 즉슨 롤러코스터를 타면 그 흥분에 심장이 빠르게 뛰는데, 이 때 뇌가 옆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착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이 부분은 믿기 힘들었는데 알아보니, 이는 '흥분전이이론 (excitation transfer theory)'라는 이름으로 꽤나 널리 알려진 사회심리학이론이다.

이쯤되면 글머리에 언급했던 해답이 없을 것만 같았던 축가 선곡문제의 해답이 나온다. 신랑과 신부는 축가자를 바라보며 노래를 들을테니, 신부와 신랑의 감정이 공명될 터이다. 또한 이때 신나는 곡으로 그들의 심장들을 두근거리게 만든다면, 이 둘이 서로에게 설렘을 가지고 새 부부로서 출발을 할 것이 아닌가! 아내의 말이 옳다는 금언이 틀림없음을 증명하는 순간이다. 덧붙여 몇까지 주의할 점이 있는데 첫번째는 상대방을 두근거리게 만들 정도의 가창 실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두번째 주의 사항은 극도의 흥분은 공격성을 높힌다고 하니, 헤비메탈 같은 음악은 피하고 적당히 흥겨운 노래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