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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후감

현대 한국인이 읽은 안나카레니나

 대문호라 불리는 톨스토이의 작품이다. 필독 문학 작품 리스트에 항상 오르는 작품이기도 하며, 서구권에서는 최고의 문학 작품 중 하나로 매번 꼽히는 작품이다. 이 책의 첫 문장은,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글 전체 내용만큼이나 유명하여, 글의 도입부, 첫 문장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글에서는 빠지지 않는 단골 예시로 등장한다. 

 이러한 찬사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많진 않다. 나도 이 작품을 읽지 않는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안나카레니나를 읽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이 책에 쏟아진 찬사들이 아니라, 모스크바의 신사라는 책 때문이다. 작 중에는 매력적인 주인공이 인생책으로 안나카레니나를 꼽고, 그 가치를 자주 설파한다. 모스크바의 신사가 그토록 애지중지했던 이 책에 대한 궁금증이 나의 손을 잡아 끌었다. 

 이야기를 짧게 하자면, 러시아 사교계에서 행해지는 불륜이야기이다. 한 쌍의 불륜남녀로 인해 가정은 파괴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다른 한 쌍이 탄생하기도 한다. 불륜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인물들 안나, 카레닌, 브론스키는 불행한 운명을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이 '불륜을 하지 말자' 라는 교훈을 내포하여 지금의 명성을 성취한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줄거리는 재미가 없었다. 극적인 사건, 긴장감이 가득하여 계속 다음 장을 읽고 싶게 만드는 책은 절대로 아니다. 내가 느낀 이 책의 백미는 치정에 얽힌 인물들에 대한 심리묘사이다. 다양한 감정들을 화려한 비유와 다소 신파적인 과장을 활용해 구구절절히 표현한다. '슬펐다', '기뻤다' 단순한 한 단어의 감정을 몇 장 분량으로 서술하여 이야기가 아닌 인물에 몰입하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의 업적에 오롯히 동의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답은 No이다. 대문호의 작품에 대한 모욕일지라도 나는 이 책이 재미있는 책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김영하 작가의 단편들 중에는 줄거리가 두드러지지 않은, 심리 서술만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작품이 많다. 그런데 재미있다. 주로 그 배경이 한국이고, 인물은 내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안나카레니나의 배경, 러시아 사교계는 어떤 배경인지 또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영지, 숲, 농지들은 어떤 곳인지 그려지지 않는다. 인물 감정 묘사가 훌륭하더라도,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배경 요소들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기 어렵기에 인물들을 깊게 동감하지 못한다. 재미가 없어진다. 

 그렇다면 배경을 짐작하기 어려운 서구권의 훌륭한 고전은 모두 재미가 없을까? 글쎄, 그 대답은 여러권 책을 읽고 난 뒤에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