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학교가 서울 신촌에 있어서, 고향을 떠나 신촌에서 몇 년간을 살았다. 이 곳 신촌에서 가아아아아아장 유명하고 오랜 식당을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신촌 황소곱창이다. 학생이 가기에는 가격대가 살짝 높았기에 학창시절에도 주머니 사정이 넉넉할 때 밖에 가지 못한 곳이다. 신촌 학교 앞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보다 직장인이나 일본인, 중국인의 관광객이 더 많은 유명 맛집이다.
그런데 포항에 떡하니 황소곱창이 생겼다! 저 디자인과 글씨체를 보라 신촌에 있는 오리지날과 간판마저 똑같다! 체인점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포항본점] 이라는 글을 두어서 교묘히(?) 차별화를 하였다.
외부에서 초벌구이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창을 두었다. 기름내 + 시각적 자극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잡는다.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알았다. 신촌황소곱창이랑 저언쳐 상관없는 곳이구나. 완전히 다른 인테리어와 메뉴구성이다. 아마도 사장님이 신촌황소곱창집을 많이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카피캣.
신촌황소곱창의 가장 대표적인 밑반찬은 생간과 천엽이다. 따라한건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이 곳도 생간을 몇 점 깔아주신다, 천엽은 없다. 선도가 그리 좋지는 못한 점도 신촌황소곱창과 닮았다. 그래서 그런지 이 놈만 유독 검정 접시에 담겨 나온다.
그리고 각종 밑반찬들. 곱창집에 쌈야채가 같이 나오던가..? 반가운 쌈야채들이다. 그 외에 김치와 생마늘도 있으니, 삼겹살집 같은 반찬 구성이다.
고기가 나오기 전, 아마 초벌구이를 하고 있는 동안, 부루스타 위에는 곱창대신 고기국이 뎁혀진다. 신촌황소곱창에서는 조개탕을 주는 것에 반해, 요기는 매운소고기무국이다. 기름기 가득한 곱창, 대창 염통 등을 먹으면 입안에 기름이 가득히 느글느글해진다. 이를 개운하게 씻어주는 역할을 하는 조개탕을 기름진 고기국으로 대체하였다...... 당연히 조개탕보다는 훨씬 정성과 비싼 재료가 들어갔지만, 상차림이 너무 기름지진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의 내용물과 맛은 곱창집이 아니라 국밥집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알차다.
황소모듬 2인분이다. 곱창, 대창, 막창, 소뱃살, 염통이 조금씩 들어가 있다. 그리고 따라한건지 아닌지는 또 알 수 없지만 흰색 마늘가루도 뿌려준다. 일단 맛은 둘째 치더라도, 야채의 양이 부실하다. 저 부추와 양파가 기름에 절어 숨이 죽기도 전에 적다는 것이 느껴진다. 버섯도 없다.
아래의 오리지날의 2인분과 비교해보자.
소뱃살을 몇 점 올려준 것은 마음에 들었다. 아까 그 쌈야채로 쌈을 싸서 먹으니 고기집에 온 기분이었다.
대창, 염통, 곱창. 염통은 맛있었고, 곱창은 그럭저럭, 대창은.... 실망.
이상적인 창요리는 타기 직전의 바삭에 가까운 질감에 보드랍고 풍미가 느껴지는 속을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이 곳은 보드랍고 기름진 속이 질긴 창에 들어있는 느낌이었다. 원래 의도한 맛이 이런건지는 모르겠지만,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고기 어떤 부위에서도 잡내는 나지 않아, 기본은 하는 집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투덜투덜 한 감이 없지 않았으나, 완판하였다. 포항에는 영일대의 '곱' 이라는 유명한 소곱창 요리집이 있는데다, 이 곳과 많이 닮은 신촌황소곱창이라는 집도 있다. 이 두 곳을 기준으로 하지 않는다면, 그럭저럭 소주 한잔 기울이기 좋은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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