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의 유명한 음식은 메밀과 송어, 한우이다. 이 중 평창 출신의 위대한 작가의 덕에 유명해져버린 봉평마을 근처에는 유난히 메밀국수를 파는 곳이 많다. 오늘 찾아간 곳은 평창 봉평 이효석 문화마을 입구에 위치한 메밀요리 전문점 미가연이다.
애초에 강원도 전체에 막국수가 유명하지만, 이 곳까지 들러 막국수를 막은 이유는 단 하나, 이 곳이 봉평이기 때문이다. '봉평 = 이효석, 메밀' 이라는 머리속 공식에 따라 메밀 막국수를 먹으러 온 것.
아래는 막국수의 유래이다. 유즘 핫한 아저씨 황교익이 지은 <맛따라 갈까보다>의 내용을 허영만의 식객에서 인용한 내용이라 한다.
막국수는 화전민과 관련이 있다. 강원도에는 메밀을 많이 재배했는데 메밀은 척박한 땅, 쉽게 말해 식물이 자라는 양분을 주지 못하는 땅에서도 잘자라 화전(불로 숲을 태워 만드는 밭)을 3년~4년 해서 땅이 척박해지면 메밀 씨를 뿌리고 풍부한 메밀로 국수를 해먹은 것이다. 화전민들이 끼니를 때우려고 '마구' 뽑은 거친 국수였다. 막국수의 유래에 관하여 <춘천 백년사>에 자세한 내용이 나오는데 19세기 말 을미사변을 계기로 춘천 지역에서는 의병들이 일어났고 이들은 일본군을 피해 가족과 함께 깊은 산으로 들어가 화전을 일구고 조, 메밀, 콩으로 연명해야만 했다. 그들은 1910년 경술국치(다들 아는 한일합방) 이후로도 화전을 떠나지 않았고 수확한 메밀을 읍내로 들고 나와 팔기 시작하면서 춘천에 메밀을 이용한 막국수가 자리잡았다고 한다. 과거 춘천 지방 농촌에서는 특별한 손님이 오면 멧돌에 메밀을 갈아 메밀 쌀을 만들고 디딜방아에 찧어 가루 낸 걸 국수를 뽑아 대접 했는데 6.25 이후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여기저기서 국수를 만들어 팔던게 대중화의 시초라는 것이다. 하지만 화전민이 많았던 춘천이 막국수의 원조는 아니다. 그런 얘기가 있다는 정도다. 강원도는 화전민이 많아 다른 곳에서도 흔히 해먹던 음식이었고 1960년대 당시 정계의 거물인 정일권, 김종필 등이 춘천에 가면 꼭 막국수를 먹고 갔다고 해서 유명해진거라는 설도 있다.
그렇다고 한다...
여차저차 사설이 길었다..
식당 건물 옆 너른 주차장에 주차를 한 뒤,
입구로 들어서면,
식당 주인이자, TV프로그램에서 봉평 메밀 특허왕으로 출연했던, 오숙희 사장님이 소유한 특허증과 여러 다른 증서들이 눈에 띈다. 이미 신뢰감이 듬뿍듬뿍이다.
내부 식탁, 의자등은 새 것같은 기분이 많이 든다. 이 식당 건물도 새 건물의 기운이 느껴지는데 요 몇년사이에 아마 전체 건물 리모델링이 되었는가 보다.
이 곳은 봉평마을로부터는 조금 떨어진 편인데, 식사시간이 되니 손님들이 많이 찾아온다. 마을내에 있는 막국수거리에 있는 여느 국수집보다 장사가 잘 되는 듯 하다.
머얼리 보이는 쎄미오픈 주방과,
홀 뒤편에 위치한, 방들. 방의 이름들이 촌스럽게 웃기다. 아직도 저런 이름이 있을까?
이 집의 메뉴. 오른편의 메밀국수는 시중에서 파는 것과 같이 밀가루와 메밀가루가 혼합된 메밀면이고, 왼편의 100% 메밀국수는 이름에서와 같이 메밀로만 면을 뽑아낸 국수라 한다.
2인이서 선택한 메뉴는, 100% 메밀국수, 묵사발, 메밀전병. 최대한 다양한 메뉴를 먹어보고 싶었다.
전병부터 개시! 메밀로 얇게 만든 피에 김치, 당면 등으로 속을 채운 전병이다. 기름에 부치고, 김치소가 들었어서 그런지 메밀의 향은 매우 옅게 느껴진다. 하지만 맛있다. 눈으로 봐도 알겠지만, 얇게 펴내 타기 직전까지 노릇노릇하게 구워낸 전병의 식감이 좋다.
그리고 오늘의 서브 주인공, 묵사발. 묵사발 그릇이 도착했는데, 메밀싹과 오이, 김에 가려 묵이 보이질 않는다.
휘휘, 메밀싹을 치워보니 네모진 묵 발견.
부숴지지 않게 조심이 덩어리 묵을 펼쳐본다. 이미 조각이 나있기 때문에, 툭툭 건드려면 주면 알아서 나눠진다.
평소에 먹던 묵밥이라든지 묵사발의 도토리 묵과는 당연히 맛과 질감이 모두 다른다. 도토리묵의 질감이 탱글하고, 쉽게 부서지는 반면, 메밀묵은 질감이 단단하여 쉽게 부숴지지 않는다. 하지만 탱글한 씹는 맛은 없다. 그리고 씹자마자 메밀 특유의 쌉싸레한 향이 혀를 통해 전해져오는게 맛있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인 메밀국수. 메밀로만 해서 그런지, 면의 색깔이 다른 막국수면보다 옅은 편이다. 묵사발과 마찬가지로 올려진 메밀싹이 이 곳이 봉평임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이 집의 메밀국수는 양념장이 없다. 다른 메뉴인 비빔국수와 확실히 차별을 두려 했는지 모르겠지만, 양념장이 없어서 메밀의 향이 좀 더 짙게 느껴진다.
원래 막국수의 메밀면은 툭툭 끊어지는게 그 재미인데, 이 집 100% 메밀국수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 냉면처럼 가위질을 할 필요없이, 이로 툭툭 끊어먹는 것이 재미있다.
면이 쓰다고 생각될 만큼 쌉싸름하다. 메밀의 성질이 오롯이 느껴지는 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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